VOD 미디어의 폐혜
예전 'VOD가 미디어가 될 수 있을까?' 포스트에서 VOD의 이슈메이킹을 통한 미디어화 사업 모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슈메이킹을 통한 미디어화도 돈이 되는 사업모델이다. 판도라TV가 지금 이같은 모델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컨텐츠의 전체적인 품질과 제어권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한번 떴다'를 주기적으로 반복시키는 모델은 위험요인도 클 뿐더러, 무엇보다 사업적 기반이 취약해진다. 이같은 미디어화를 추진한 다음에 어떤 다른 서비스 모델을 내놓을 것이며, 어떤 다른 부가가치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가. 이미 이 모델의 승패는 컨텐츠에 묶여버린 마당에. 100번 뜨더라도 한번 가라앉으면 피보는 것이요, 잘해도 본전 못하면 폭삭 망하는 것이 바로 이쪽이다."

이런 모델을 취한 사업자에게 가해지는 유혹이 바로 소위 '뜨는' 것인데, 판도라TV가 이 덫에 덜컥 걸려버린 모양새다. 그렇다. 바로 그 문제의 여중생 폭행 동영상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이렇게 가쉽거리로 다룰 것이 아니라, 신속한 사법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가장 먼저 소스를 접한 판도라TV에서는 '한번 뜨는' 것에 대한 유혹을 저버리지 못한 모양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로 미디어를 지향한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관점을 어떤 형태로든지 드러내야 한다. 세상이 참 수상하다보니 어떤 콘텐츠 생성자들은 '돈만 된다면 다 OK'라는 사고방식을 정말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자신들도 미디어라고 우기는데, 정말 같잖은 생각이다. '미디어'라는 것은 역사도 유구할 뿐더러 당당히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다. 그런데 어설픈 깜냥으로 시류에 편승해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저렇게 가져다 붙이는 행위는 분명히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

바로 판도라TV가 여기에 이른바 딱 걸린 것. 이 사태를 자신들의 관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지, 아니면 '한번 뜰려다가 실패한' 여러 경우 중 하나로 치부할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p.s. 한마디 더 추가하자면, 이 사건을 다룬 주류 미디어들의 기사도 참 한숨이 나온다. 블로그나 UCC와 같은 컨텐트를 볼 때마다 입에 올리는 것이 '질이 떨어진다'이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십대들의 폭력성이나 한국사회의 문제, 사이버 공간에서의 파급력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불거져나온 사건이 어떻게 처리돼야 잘 수습될 것인지에 대해 논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한심한 꼴통 주류 미디어들이여.
by mistic | 2006/12/21 23:06 | Media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misticblue.egloos.com/tb/289245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언더독 at 2007/01/03 17:29
정말로 미디어를 지향한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관점을 어떤 형태로든지 드러내야 한다. 세상이 참 수상하다보니 어떤 콘텐츠 생성자들은 '돈만 된다면 다 OK'라는 사고방식을 정말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자신들도 미디어라고 우기는데, 정말 같잖은 생각이다. '미디어'라는 것은 역사도 유구할 뿐더러 당당히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다. 그런데 어설픈 깜냥으로 시류에 편승해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저렇게 가져다 붙이는 행위는 분명히 그 댓가를 치루게 된다.

=>저는 미디어는 잘 모르는데, 무슨 비즈니스든 정체성이 분명해야 하는 사람이나 고객이나 혼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의외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Commented by mistic at 2007/01/03 18:15
맞는 말씀입니다. 언더독님이 짚어주신 부분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의 광의의 개념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담으로 이 부분은 기업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기본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신 것처럼 '의외로'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할만큼 대한민국 기업들의 제반 환경이 척박하다는 것이 답답할 뿐입니다.

제가 저 부분에서 언급한 정체성은 사업모델을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어쓸 수 있겠네요. 어쩔 때는 페이지뷰를 왕창 늘려서 배너광고로 수익을 낼 심산으로 뜰만한 컨텐트만 팍팍 밀다가, 어쩔 때는 컨텐트 판매로 수익을 내기 위해 어중떠중한 컨텐트를 다 모아버리겠다라고 행동하는 작태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한 취지가 되겠습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미디어는 하나의 산업군이며 기업 형태이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만큼의 무게와 그만큼의 고민이 필요하겠죠, 미디어에는.

애초부터 본문에 상세하고 명료하게 기술을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곡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댓글 감사합니다. ^^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