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두려운 이유
애플이 처음 만드는 휴대폰 'iPhone'이 여러 미디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어디에서는 애플 아이폰이 국내 휴대폰 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분석하기도 하고, 어디에서는 과연 아이폰의 디자인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도 있다.

아이폰에 대해 한번 훑어보자. 아래 기술하는 글은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거한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다.

1. 휴대폰 시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업체와 단말기 업체의 짝자꿍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이처럼 서비스 제공 업체와 단말기, 플랫폼 업체가 꿍짝을 맞추는 시장은 필연적으로 보수적이며 굼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냐. 현 이런 분위기가 주류라는 것이다.

2. 애플 아이폰은 아이팟의 기능과 디자인을 상당부분 그대로 가져갈 공산이 크다. 애플이 노키아, 에릭슨, 삼성, LG, 모토로라가 지배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발을 붙이겠다고 아이폰을 내놓는 것이며 따라서 뭔가 애플만의 '섹시한', 아이팟과도 전혀 틀린 제 3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과감히 헛다리 짚었다고 말할 것이다. 이유는 아래 적겠다.

3. 애플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업체들이 애플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애플의 시장 장악력이 아니다. 바로 애플의 시장 창출 능력이다. 애플은 빈틈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장과 제품 매트릭스에서 틈을 찾아내 주객을 전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순한 'HDD형 MP3 플레이어'였던 아이팟을 휴대용 음악 재생기의 '전부'로 만들어버린 것으로 증명해냈다. 그러나, 애플의 저같은 능력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아이팟과 아이튠이긴 하지만 이는 또한 유일한 성과이기도 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4. 그렇다면 애플은 아이폰을 왜 내놓는 것일까? 보수적이면서도 견고한 특징을 보이는 휴대폰 시장에서 어떤 떡고물을 기대하고 이른바 'one of them'으로서 시장에 참여하려는 것일까. 아이팟에서도 이미 봤던 것처럼 애플은 아마도 'one of them'으로 시장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하려 나설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5. 바로 MVNO를 꼽을 수 있겠다. 풀어쓰면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인 이 모델은 현 통신 시장의 별정통신사업자와 유사한 형태를 이동통신시장에 적용한 사업 모델이다. 이동통신업체에게서 통신망을 임대해 부가서비스를 추가한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자마다 독특한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6. 자, 여기에서 뭔가가 보이지 않는가. 일반적인 망(플랫폼)에 독특한 서비스(콘텐츠)를 얹는 형태, 아이팟+아이튠을 바로 연상시킨다. 애플은 이처럼 아이폰에 모바일 아이튠을 얹든, 아니면 다른 것을 적용하든간에 이처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이폰과 다른 서비스를 한데 결합시킨 형태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 할 확률이 크다. 자신이 MVNO를 하든, 아니면 다른 MVNO와 제휴를 하든지 해서 말이다.

7. 이 점은 애플이 아이폰을 CDMA 모델과 GSM 모델을 동시에 내놓을 것이라는 유출 자료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현 휴대폰 시장 주자 중 한 곳이 되겠다고 하면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GSM을 먼저 내놓는 것이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그러나 저 두 방식의 아이폰을 동시에 내놓는다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자별 지원보다는 현재 제공되는 이동통신 방식을 모두 지원할 것이며 따라서 자신들, 아니면 누군가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이동통신 방식에 구애를 받거나, 나아가 이동통신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좀 있는 것도 사실이다.

8. 여기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시장 구도는 모두 북미의 상황이란 것이다. 각 나라별로 이동통신 시장은 모두 구도가 다르고 특히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북미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바일 게임을 이렇게 많이 즐기는 나라도 없으며 그것도 이처럼 폐쇄적인 플랫폼 하에서 이처럼 많은 콘텐츠들이 소비되는 나라도 없다.

즉 그러니까 아이폰이 CDMA 방식을 지원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즉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팔리면 좋고, 안팔려도 상관없고'라는 논리로 국내 이동통신사나 아니면 애플코리아가 물건을 '떼다 팔' 수도 있긴 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이튠 없는 반쪽짜리 아이팟을 사용하는 것처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9. 그렇다면 아이폰은 과연 성공을 거둘까? 이런 질문처럼 우둔한 것도 없지만, 가정을 해보자.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취합해보면 애플 아이폰은 아이팟+휴대폰 형태로 제공될 것이 거의 확실하며 MVNO를 통한 부가 서비스와 함께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아이팟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의 킬러 앱은 플랫폼과 한데 어우러진 서비스가 어떤 임팩트를 주느냐이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모바일 아이튠이 되겠지만, 아이팟에 이미 익숙해진 북미 사용자들에게 주는 임팩트 측면에서는 많이 약하다.

아이팟과 아이튠이 줬던 음악에 관한 총체적 체험에 준하는,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임팩트가 강한 다른 모델 하나를 만들어낸다면 애플은 당분간 먹고살 걱정 접어도 될 것이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10. 이 점에서 우리는 비교 내지 참고 사례로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MVNO 사업자인 디즈니 모바일과 위성 라디오 사업자인 시리우스다. 디즈니 모바일의 경우 확실한 서비스 타겟 층과 이와 연계한 실질적인 수입원을 잡아냄으로써 부가가서비스로 성공하는 한 길을 보여줬으며 시리우스는 현 상태로만 보기에는 아직 성공 여부를 점칠 수 없지만 '통신에 기반을 둔 단말기'가 어떤 부가 서비스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한 모델이었다는 것으로 참고할 만 하다고 하겠다.

11. 사족이겠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애플 자체만 봤었을 때에도 감탄과 우려를 각각 불러일으킨다. 일단 아이폰이 현 애플의 확고부동한 캐쉬카우인 아이팟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내놓기로 결정했다는 점. 이건 역시 끊임없이 무언가를 개척해온 기업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못하는 기업들 수두룩하다.

우려는 아이폰이 아이팟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사업모델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여러 사실이 공개되지 않아서 단정짓긴 어렵지만, 애플의 아이폰으로 얻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임팩트 있는' 경험을 주지 않고 단순히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아이튠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측면을 아이폰의 홍보 키포인트로 삼아버린다면, 많이 실망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애플도 한번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자기 혁신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말이 참 길어졌지만, 결국은 나와봐야 안다. 전무후무한 독점적 플랫폼을 소유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시작부터 끝까지 삽질의 연속을 통해 성과를 거둬낸 기업이기에 애플의 행보는 언제나 면밀히 뜯어볼 가치가 있다. 이 분석이 깜짝 놀랄 정도로 들어맞든, 아니면 완전 황이 되든간에 상관없이 이처럼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가치를 갖기를 바란다.

p.s.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뭔가를 빼먹었다 싶었더니, 아차, 제목과 내용이 완전히 따로 놀았다. 제목대로 '애플 아이폰이 두려운 이유'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시장 창출 능력이다. 애플과 한 팀을 짠 MVNO가 인기를 끈다면 싱귤러나 T모바일, 스프린트 넥스텔 등이 지배하고 있는 북미 이동통신 시장의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며 기존 이동통신업체 vs. MVNO의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휴대폰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 당장 애플 아이폰이 자사 휴대폰, 이를테면 모토로라 레이저와 경쟁이 될 것인지 보는 것보다, 자신들이 노는 시장이 애플 아이폰과 그 제반 환경으로 인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기폭제에 의하더라도 애플 아이폰이 하나의 테마를 형성한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휴대폰 업체와 애플의 직접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으며 애플 아이폰과 이를 둘러싼 사업 모델이 어떤 형태로 짜여져 나오느냐를 보고 그 영향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천천히 썩어가는 호수에서 옆에 다른 물고기들이 산소를 없앤다고 쫓아버리려 아등바등 싸우는 행태를 보이지 말고 말이다.

p.s.2. CNET News.com에 애플의 휴대폰에 대한 전망 기사가 실렸다. 한글 번역은 ZDNet Korea 에 게재됐다. 링크는 http://www.zdnet.co.kr/news/digital/0,39030978,39154001,00.htm이다. (12월 21일 추가)
by mistic | 2006/12/11 12:06 | Media | 트랙백(3)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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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aptin Of my.. at 2007/01/10 08:53

제목 : 아이폰 전격출시!!
애플사의 야심작 "아이폰"이 전격 출시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이 예상했던 이미지랑은 조금 다른 디자인을 갖고 있네요 1월 9일자 http://www.sfgate.com 에서의 기사에 따르면, 애플사의 CEO Steve Jobs가 아이폰의 모습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휴대전화기능과 인기있는 iPod의 기능, 그리고 인터넷기능까지도 포함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위한 휴대용 장치라고 합니다 자기네들이 만들어낸 제품 중에......more

Tracked from STING's Note™ at 2007/01/11 11:33

제목 : 261.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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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하루 at 2007/01/12 21:34

제목 : 북미의 이동 통신에 대해...
이곳 이동통신 업체들은 한국과 비교해 낮은 데이터 서비스 사용률, 특히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가 낮고, 또한 제공하는 서비스들도 웹을 기반으로해서 이미 커온 사업에 비해 수준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 예로 YouTube의 경우에, 구글에 인수되고 나서, 많은 북미 이통업체에서는 YouTube의 서비스를 모바일로 제공하기 위해 직접 YouTube에 연락했지만 대부분이 다 연락 조차 받지 못했다......more

Commented by mistic at 2006/12/18 11:23
이 글에서 MVNO에 관한 부분은 순전히 본인의 상상력에 의거한 것입니다. 지금 보니 간단하게 "저런 것도 좋지 않겠냐"라고 언급했어야 할 부분을 너무 예단한 측면이 크네요. 보시는 분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점 사과드립니다.
Commented by mistic at 2006/12/18 11:59
이런, 위 댓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오다니. 애플이 2007년에 MVNO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링크는 http://blogs.barrons.com/techtraderdaily/2006/12/13/apple-to-introduce-mvno-wireless-service-in-07-ubs-says/ 하하. 이거 어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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