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기사를 보고 상당히 놀랜 적이 있었다. 하나TV의 컨텐츠 히트 수에 관한 기사였는데, 유아및 어린이 컨텐츠가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나는 TV포털 서비스가 주로 영화를 본다거나, 아니면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쇼를 다시 보는 데 활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TV포털의 킬러 컨텐츠는 지상파 방송의 다시보기일 것이라고. 다시보기의 사업성은 이미 각 방송사 홈페이지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능성(?) 컨텐츠들이 TV포털, 아니 VOD 서비스에서 이만큼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의 컨텐츠 소비 행태는 이처럼 기능성 컨텐츠가 인기를 모을만큼 다양화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VOD 서비스는 생각보다 매우 오래된 모델이다. 인터넷을 통한 VOD는 저 구리구리한 성인물부터 줄기차게 제공돼 왔으며 광의의 의미로 보자면 비디오나 DVD 대여업도 여기에 살짝 끼워넣을 수도 있다.
이처럼 오래된 VOD 서비스가 왜이리도 지지부진한지는 이유가 분명하다. 별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broadcasting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를 볼 수 있고, 그리고 동영상 시청 행태가 broadcasting에 맞춰져 있다보니 VOD로 봤을 때는 웬지 뭔가 놓치는 것 같고, 게다가 돈을 낸 만큼 값어치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방송시장은 KBS, MBC, 그리고 후발주자인 SBS라는 3개 방송사가 거의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는 꽝이어서 VOD의 다양한 컨텐츠 제공이라는 것이 더욱 매력이 없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월 정액제 가입 모델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사용자들의 접근성은 높은 대신 컨텐츠를 확보하는 원가가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즉 컨텐츠는 엄청 많이 사놨더니 100명 가입했더라 하는 몰골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이게 전부일 것인가. 그렇지 않다. 바로 미디어화하는 것이다. 이슈를 생성하고, 스타를 만들어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 가입자를 다수 확보한 이후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미 하나TV도 광고 게재 모델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해놓은 상태이고, 특히 인터넷 동영상 배포 업체들, 판도라TV 같은 업체들이 이같은 사업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 동영상 환경에서 VOD가 미디어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지 가능성이다. VOD와 같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서비스에서는 공급자의 제어가 상당히 힘들다. 아무리 예쁘게 꾸며봐도 안쓰면 그만이다. 더 슬픈 것은 예쁘게 꾸민 것 자체도 모른다는 것이다. 웹 디자이너나 UI 전문가들은 아마 이같은 경험을 느껴봤을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와 같은 broadcasting 업체들에게는 비교적 손쉬운 이슈메이킹이 이들에게는 매우 어렵다
차라리 나에게는 하나TV와 같이 컨텐츠 소비 다양성에 승부를 거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줬다. 비록 빛과 어둠이긴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컨텐츠 소비 행태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다양해졌다. 일본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가 지금처럼 많은 팬들을 확보한 적이 있었던가? 여기에 음악 또한 그 확산력은 엄청나게 높다. 단지, 음지에 있을 뿐이다.
이처럼 어둠속에 머물러 있는 컨텐츠 소비를 양지로 끌어다놓는 것. 아니, 일부만 유도한다 해도 사업적으로나 전체적인 문화 생태계에서나 모두 바람직한 방향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슈메이킹을 통한 미디어화도 돈이 되는 사업모델이다. 판도라TV가 지금 이같은 모델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컨텐츠의 전체적인 품질과 제어권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한번 떴다'를 주기적으로 반복시키는 모델은 위험요인도 클 뿐더러, 무엇보다 사업적 기반이 취약해진다. 이같은 미디어화를 추진한 다음에 어떤 다른 서비스 모델을 내놓을 것이며, 어떤 다른 부가가치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가. 이미 이 모델의 승패는 컨텐츠에 묶여버린 마당에. 100번 뜨더라도 한번 가라앉으면 피보는 것이요, 잘해도 본전 못하면 폭삭 망하는 것이 바로 이쪽이다.
컨텐츠 소비 다양성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가장 강력한 컨텐츠 공급 업체인 헐리우드다. 이들이 비록 지금은 한국 시장에서 영화 배급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컨텐츠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려 덤벼들면 이들처럼 강한 적은 없다. 이들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한때 디지털은 '악의 축'으로 몰아붙여졌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디지털 컨텐츠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려 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동영상 배포 서비스 업체들의 움직임은 참으로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든다. 하나TV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판도라TV는 어떤 실적을 거둘 것인지, iMBC, 그리고 오늘 올라온 따끈한 소식인 네이트와 워너의 협력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소니와 유니버설, 디즈니는 과연 가만히 있을 것인지, 두고두고 지켜봐야 할 듯 하다.